주상절리
오늘은 올레길 8코스를 걷기로 하고 시작점에 선다. 안내판을 보니 이길은 해안누리길이란다. 해안누리길은 인공을 가미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거나 이미 옛사람들이 쓰던 바닷길을 그대로 쓰는 아름다운 길이라는 설명이다. 오늘도 한껏 기대된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던 길이 마을 밀감밭을 지나 약천사를 끼고 돌더니 어느새 중문 대포해안에 이른다. 중문관광단지 전면의 중문 색달해변이다. 진모살이라는 활처럼 굽은 긴 백사장은 이미 제철이 지났는데도 철을 잊은 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모래언덕을 지나 자그마한 데크를 오르니 거대한 바윗기둥에 많은사람들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른바 주상절리다. 이것은 액체상태인 뜨거운 용암이 돌로 굳으면서 만들어진 육각형의 기둥형태로 그 규모가 웅장하면서도 바다와 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며칠전 한라산 둘레길 돌오름길의 건천에서 본 판상절리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절경을 뒤로하고 저앞에 보이는 하야트호텔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그런데 하야트호텔에 당도하니 호텔을 가로지르는 원래길을 폐쇄하고 도로로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유를 알아보니 낙석이 우려되기 때문이란다. 아내와 잠시 길잡기를 고민하다 원래 있던 길을 가기로 한다. 낙석이란게 언제나 있는것도 아니고....
길지않은 백사장을 지나니 멀리서 보이던 돌기둥이 눈앞에 펼쳐진다. 갯깍주상절리이다. 사각형 또는 육각형으로된 돌기둥이 병풍처럼 이어져 절벽을 이루며 하늘로 뻗어있다. 이 절리가 오래되어 풍화작용으로 낙석의 위험이 있다는가 보다. 어쨌든 기암절벽이다. 해안은 모래대신 큼지막한 돌들로 덮여있다. 그많은 돌들이 하나같이 몽돌이다. 바닷물에 쓸려서 생긴 것일텐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났으면 저렇게 변했을까?
멀리서, 가까이서 본 갯깍 주상절리
몽돌로 이루어진 해안을 따라 철석이는 바다를 보며 주상절리 아래를 걷는 우리가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그 길이가 거의 2키로에 가까우니 몽돌위를 걷는것도 이제 힘들어진다. 오죽하면 이길을 해병대길이라고 명명했겠나. 그렇지않아도 발이 안좋은 아내는 걷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쉼이 잦아지더니니 많이 쳐져있다. 사실은 저녁이 가까와지면서 혹시 물이 들어올까 봐 남은 길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위해 나 혼자 발길을 바삐 움직이다 보니 아내와의 간격이 너무 벌어진 것이다. 안스럽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만조가 되어도 오가는데 크게 문제 될게 없었는데....
해병대길을 빠져나와 반대편에서 해를 뒤로하고 보는 갯깍주상전리는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다. 현직에서 일할때 이런저런 포럼등에 참석하기 위해 하야트호텔이나 신라호텔에서 묵은 경우도 많았는데 그땐 이런게 있는줄도 몰랐다. 바로 코앞에 두고... 무엇이 그리 바쁘게 했는지....지나보니 모든게 거기서 거긴데.
주상절리를 지나 조금 걷다보니 논짓물이라는 곳이 있고, 족욕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논짓물이란 용천수가 바다와 만난 물이기도하고, 또한 그지명이기도 하단다. 여기 논짓물 족욕은 그 물을 데워서 하는 족욕이란다. 아픈 다리도 쉴겸 새로운 경험도 할겸 족욕을 하기로 한다. 족욕을 하다보니 피곤하여 잠시 눕는다 했는데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아내가 깨워 일어나보니 해가 서쪽으로 치닫는다. 서둘러 준비하여 귀가했는데도 오늘은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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