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한라산 등반으로 모두들 피로가 역력한데도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제주에 머무는 일행들을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짐을 챙겨 문을 나선다. 오늘의 목적지는 올레길 7코스. 그런데 지난번 6코스 완주후 약 3키로의 일부 구간은 미리 걸었으니 오늘은 황우지 선녀탕부터 걷기로한다.
황우지는 무지개라는 뜻의 제주 고어 "황고지"가 점점 변해서 생긴 말이란다. 그래서 황우지 선녀탕은 무지개 모양의 해안 절벽이 선녀탕까지 연결된 천연 풀장인 셈이다. 멋진 해안 절경과 어우러진 비경이다.
선녀탕을 지나 동너분덕이라는 해안을 따라가니 바다위에 우뚝선 바위 하나가 보이는데 외돌개다. 덜렁 바위 하나가 서있을 뿐인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범섬에 있는 원나라 군대를 물리칠때 이 외돌개를 장군의 모습으로 변장시켰다고 하여 장군바위라고도 한단다.
범섬은 외돌개 건너 약 1.5키로 지점에 있는데 이섬은 고려시대 목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곳으로 이 또한 최영 장군이 토벌하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최영 장군은 이곳에서 외돌개를 이용해 원나라를 물리치고 또한 범섬에서 반란군을 물리친 곳이니 인연이 깊은가 보다.
60 beans에서 바라본 섶섬과 해안 절경
외돌개를 지나 잠시 해안을 따라가니 오른편에 멋진 찻집이 나오는데 60 beans다. 베에토벤이 커피콩 60개를 갈아 커피를 만들었다고 해서 60 beans라고 명명했단다. 약 20년간 정원을 조성하고 여러 작품들을 모아 배치하여 오늘의 이 찻집을 만들었다니 이집 주인의 노력을 알만하다. 멀리 보이는 섶섬과 주변 풍경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제주하면 해녀가 떠오르는데 제주에서도 해녀의 고장은 법환포구인가 보다. 가는 곳마다 해녀와 관련된 각종 자료가 널려있고 해녀상도 여기저기 보인다. 마침 관광객들을 위한 해녀 체험도 한다는데 그 모습이 이채롭다. "휘이 휘이"하는 해녀들의 숨비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살아 있다는 뜻으로 뱉어내는 소리라는데 아주 애절하다.
법환포구에 이르기 전, 길가에 덩그러니 포장마차 하나가 있는데 옥호도 없이 해녀할망 혼자서 하는 포장마차이다. 메뉴는 라면과 소라, 멍게 등이 전부. 오늘의 점심은 저 할망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하기로 한다. 일행 모두 좋단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 들으며, 시원한 바람 맞으며,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기분 좋게 노곤한 몸을 기대고 맞이하는 점심은 꿀맛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멍게 향기처럼 구수한 해녀할망이 간단하게 끓여내는 라면 맛이 일품이다. 곁들여 마시는 소주 한잔이 목을 깔끔하게 한다.
그런 중에도 할망은 이곳의 자리세가 많다며 푸념이다. 이렇게 힘들여 장사하고 나서 자리세 주고 나면 남는게 별로 없단다. 어련하겠는가? 식사 잘 하고 나오는 몸이 괜시리 꺼림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