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비양도

sohn08 2018. 10. 22. 09:30

 

제주도라는 큰 섬속의 작은 유인도 다섯개. 오늘의 여행길은 그중의 비양도이다. 한림항 선착장에서 배로1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섬이다. 풍랑하나 없이 고요한 바다를 미끄러져 섬 가까이에 다다르니 자그마한 오름 하나가 덜렁 나 앉아있는 모습이다. 

 

선착장에 오르니 섬 문화 해설사라는 분이 섬에 대해 설명해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라는 책의 기록에 의하면 1002년도에 이섬이 바다에서 갑자기 생겨 났단다. 그러니까 이섬이 생긴지가 1016년이 된셈이다. 중국쪽에서 큰 섬 하나가 날아와 여기 멈췄다는 전설도 있다는데 그야말로 전설일 따름이고 이곳에서 분화구가 분출하여 용암이 굳어져 생겼다는 것이 정설일 듯하다.


 비양봉에 오르는 조리대 터널

 비양봉에서 본 제주 서해안과 한라산.

 


 섬 가운데에는 큰 오름이 솟아있고 그 정상이 비양봉이다.114m의 꼭대기에는 무인 등대가 외로이 섬마을을 지키는 듯하다. 오르는 중에 지나는 조리대숲의 터널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비탈진 곳 여기저기에서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려서 보니 검은 염소들이다. 주민들에 의해 방목되는가 보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분화구에 천연기념물인 비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데 아무리 찾으려도 못보고 자리를 떠야했다. 비양나무의 모습 자체를 잘 모르고 올랐으니... 사필귀정이다.


 코끼리 바위


비양봉을 내려오니 섬을 일주하는 산책로가 있어 한바퀴 돌아본다. 섬 가장자리는 구멍이 숭숭 뚫린 크고 작은 검은 바위로 덮여있다. 그중에는 코끼리 모양을 한 코끼리 바위도 있고, 애기업은 모양을 하고있는 애기업은 바위도 있다. 이 모두가 호니토(hornito)라는 화산 생성물로 생겨난 화산체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층층을 이룬 비양봉 동편 모습.

 펄랑호의 갈대


바닷가를 한바퀴 거의 돌 즈음 작은 습지와 함께 연못이 나오는데 펄랑못이란다. 1959년 사라호때 바닷물이 넘쳐 생긴 못이라는데 지금은 뚝의 일부를 바다와 연결하여 바닷물이 드나들게 돼있다. 못의 가장자리에서 보는 비양봉의 모습이 이채롭다. 맨아래의 습지와 못 위에는 억새밭이 넘실대고, 그위엔 조리대숲이, 또 그위엔 소나무숲이 자리잡고 맨위에는 등대가 우뚝 솟아있으니 그 모습이 다섯층의 층계를 이룬 봉우리같다.



 지금이 만조인지 간조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닷물의 움직임에 따라 보일락 말락하는 수많은 바위들이 햇빛에 반짝인다. 섬을 다 돌고나니 학교가 나타난다. 하나 뿐인 초등학교다. 선생도 한분, 학생도 한명이란다. 6학년이라는데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면 이 학교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단다. 학교가 꼭 필요하긴 하지만, 이건 낭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 학교가 여기 뿐이 아닐텐데 국가적으로 어떤 개선된 정책이 있어야 할 듯하다.


 

섬 일주를 마치고 뱃시간을 기다리면서 우연히 문화 해설사를 만나 비양나무를 못봤다고 하니, 자신의 사무실에서 키우는 작은 비양나무를 보여주겠단다. 군락은 못봤더라도 이 작은 화분속의 비양나무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제주도 한림 공원에도 비양나무 군락이 있다는데 언젠가 그곳에서라도 봐야겠다. 씁쓸한 마음으로 작은 식당에 들러 해삼과 소라 등을 곁들인 소주 한잔으로 위안을 한다. 갑자기 날이 어두어진다. 곧 소나기라도 퍼부을 듯 하더니 살짝 가랑비가 내린다. 오늘의 일정이 마무리된 걸 하늘도 아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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