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새별오름과 서북 해안도로
sohn08
2018. 10. 8. 09:00
멀리서 보니 무언가 커다란 흙더미가 덜렁 떨어져 나앉아 있다.
새별오름이다.
어떻게 저런 큼지막한 무덤같은 덩어리가 덜렁 떨어져 있을까? 참으로 신기하다.
그 오름 전체가 억새다.
일렁이는 바람에 억새도 넘실거린다.
오름이 온통 은빛 향연이다.
넘실대는 억새에 내 마음도 가을을 탄다.
아름다운 억새의 휘청임과는 다르게 오름은 옹골차다.
오름중에서는 높기도 하거니와 경사도 급하다.
오르면서 아내와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그런데도 다 오르고 나니 이미 숨은 턱에 와 있다.
가을이 다하여 억새가 다 익으면 들불 축제가 있다는데....
그 장관이 눈에 선하다.
오는길에 하귀리-애월, 곽지해수욕장-협재해수욕장 간의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한다
해안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파란 하늘과 바다, 구멍이 숭숭 뚫린 까만 현무암, 거기에 부딪히는 하얀 포말의 연속.
비경을 그려내는 그림이 따로 없다.
마침 우리곁에 산책나온 촌로에게 여쭌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사시니 행복하겠다고...
그럼 한번 살아보라신다.
바람도, 파도도, 가끔 덮치는 해일까지 지긋지긋 하단다.
내가 말을 잘못 드렸나 싶다.
협재해수욕장에서 보는 일몰이 장관이라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해가 바다에 닿기 전에 이미 구름에 갖혀 아무런 감흥을 못느낀다.
다행히 이 길이 올레 14코스이니 다음에 꼭 걸을 날이 있을게다.
그때를 기약하고 서둘러 집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