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모산에 올라
sohn08
2020. 9. 9. 18:01
유사 이래 최장이었다는 54일간의 기나긴 장마. 그리고 이어진 이글거리던 8월의 땡볕. 그 땡볕과 함께 맞은 처서(處署)가 어제고 보니 바야흐로 가을인가 보다. 어쩐지 오늘 새벽녘에 덮고있던 매미 허물 같은 홑이불 감촉이 어딘지 서운하다 했더니, 이번 가을도 역시 여느때와 다름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듯하다.
지난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계절이 세번이나 바뀌었건만 그 기세가 여전하다. 덕분에 지난주 찾으려던 몇몇 동무들과의 조우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어저께 오르려던 오대산 소금강도 소리없이 물건너가고,
허전한 마음에, 어스름 해걸음에 불현듯 찾은 대모산 자락. 산중의 오가는 사람들은 부쩍 줄었건만, 발아래 도로를 가득 메운 버스며 승용차며 온갖 탈것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한낮에는 요란했을 이름모를 새들도 어디론지 보금자리를 찾아모두 떠났는데, 온갖 종류의 매미소리만 산중을 어지럽게 한다.
아, 그런데 이건 뭔가? 조용히 걸터앉은 벤치 아래 작은 돌틈 사이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울음소리. 내가 찾아왔다고 속삭이는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아닌가!!
갑자기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