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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 여행 4일차(Columbia Icefield, Takakaw Fall)

sohn08 2019. 7. 9. 04:09

 

  어제도 기대에 부응(?)하면서 3일동안 계속해서 맑은 날씨에 여행을 즐길 수 있었는데, 오늘의 날씨는 예보도 그렇거니와 왠지 찝찝한 느낌이다. 그래도 1인당 C$113로 예약까지 마친 상태이니 어찌할 수 없다. 오늘의 목적지는 Columbia Icefield. 밴프를 지나 재스퍼 국립공원 남동쪽 끝 부분에 위치한 빙원 체헙 현장이다.



 

 

 

  숙소에서 2.5시간을 달리는 동안 도로 양 옆의 풍경은 거의 비슷하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잿빛 바위산의 연속이거나 그 산 중턱 아래에 형성된 침엽수림의 연속이다. 그나마 덜 지루하게 하는 것은 산과 산 사이에 나타나는 강가의 습지가 널리 자리잡고 있는 풍경이다.


  록키의 바위산들은 하나같이 시루떡을 단면으로 잘라놓은 듯이 층층이 쌓인 퇴적층의 바위들이다. 마치 조물주가 그런 바위들을 한줌씩 주워 차례로 얹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모두가 옛 어느 즈음에 지표면이 융기하여 저 산들이 튀어 올랐음을 말해준다.


  추운 지방의 나무가 사는 법은 그들의 몸집을 가급적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나무의 굵기도 잎파리도 나뭇가지도 최소한의 필요한 만큼만 갖고 사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무는 가늘고, 잎파리도 햇빛을 쬐일 수있는 데만 열려있고 곁가지는 거의 없다.


  산과 나무만을 스치며 지나가는데 갑자기 차들이 선다. 오고 가는 차들이 모두 선다. 그 가운데로 검은 곰 한 마리가 거만하게 길을 건너고 있다.



 

 

 

 

  목적지인 Columbia Icefield Centre에도착하여 빙원을 향하는 셔틀 버스에 오른다. 빙원에 가까워지면서 빙하가 녹아내리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바람에 흩날린다. 버스 기사겸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이곳의 나무들 키가 약 5-10m의 비교적 작은 키에 굵기도 성인 손목 정도의 굵기에 불과한데도 수령은 300-400년된 나무들이라나....


 셔틀버스에서 내려 목적지인 빙원으로 가기 위해 설상차(Ice Explorer)로 갈아탄다. 이 설상차는 빙원 체험을 위해 특수 제작한 차이니만큼 일반 차와는 큰차이가 있다. 차가 육중할 뿐만 아니라 바퀴와 그 홈의 크기가 대단하다. 기사의 안내에 의하면 당초 극지의 빙하 탐험을 위하여 캐나다와 미국, 호주 등 4개국에서 대당 미화 130만불로 이 차가 특수 제작되었으나, 그후 불용 처분되어 현재는 이곳에서 매입후 개조하여 설상차로 재활용하고 있단다.


  설상차가 우리를 내려놓은 곳은 콜롬비아 대빙원의 아싸바스카 빙원(Athabaska Glacier). 그야말로 얼음 세상이다. 얼음의 두께는 모르겠으나 구역을 표시하기 위해 구분된 지역의 격차나, 빙원 옆의 바위에서 툭 떨어져서 끝난 빙하의 끝부분으로 유추해 보건대 성인 키 한질은 족히 돼 보인다. 빙원을 보호하기 위해, 오가는 길과 여행객의 통제선 등 구분지어 놓은 선을 따라서는 어김없이 빙하의 녹은 물이 냇물을 이루며 흐른다. 얼음은 하얀데 그 물은 푸르다.


  그러나 빙하 위에 서있는 내 마음은 실망이다. 물론 이 넓은 빙원을 보호하고 또 오랫동안 관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많은 여행객에 비해 실제 경험할 수 있는 빙원이 너무 좁다. 당연히 맑고 희고, 때론 푸르기까지 한 끝없이 펼쳐진 빙원을 생각했는데, 현실은 이물질에 오염되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저분해진 빙판만을 밟고 서있다. 과거 어떤 시점에 시간이 멈춰 버렸을 것으로만 알았던 내 상상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빙원을 뒤로하고 다시 셔틀버스에 오르니 잠시후 Sky Walk에 도착한다. 가파른 낭떠러지에서 유리판과 가드레일에 의지해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있는 일종의 전망대이다. 그러나 이미 곤돌라를 이용하여 산 정상 전망대에서 경관을 즐긴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큰 감흥이 없다. 다만 허공의 유리 전망대를 밟고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스카이웍을 뒤로하고 오는 길에 갑자기 셔틀버스가 서더니 길 양옆에 크고 작은 차량 20여대가 줄을 선다.알고보니 도로 옆에 나들이 나온 산양 일가족을 보려는 차량들의 진풍경이다. 야생에서 보는 진정한 야생동물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치 사람이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야생을 대리 경험이라도 하는 양 환호한다.


  스카이웍을 끝으로 빙원 체험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려니 이제까지 찌푸리던 하늘에서 푸드득 푸드득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여행 일정을 마치고 맞는 비는 마치 골프 끝내자마자 내리는 비와 같이 묘한 감정을 느끼게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요호 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에 있는 타카카우 폭포(Takakaw Fall)를 거쳐 가기로 한다. 타카카우 폭포를 찾아가는 93번 국도에는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한다. 그런 날씨 탓인가? 만년설을 머금은 바위산 중턱에 걸쳐있는 운해가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가끔씩, 그러나 심심찮게 볼 수있는 길고 가느다란 폭포의 모습도 그냥 놓치기 아까운 광경이다. 산꼭대기에서 서서히 내려오던 물은 마치 성숙한 여인이 풀어헤친 머리카락 마냥 펼쳐져 장관이다. 내려오면서 때론 모아지기도 하고 나뉘기도 한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펼쳐진 머리카락이 위로도 옆으로도 흩날린다.



 

 

 

 이런 모습을 보며 타카카우 폭포에 도착하니 비도 멎는다. 산중의 날씨는 변덕도 심하다. 타카카우 폭포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멀리서 보던 폭포와는 확연히 다르다. 거침없이 쏟아진다. 254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은 주변에 안개비를 뿌린다. 포말을 일으키며 우뢰와 같이 퍼붓는 폭포는 옆사람과의 대화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폭포를 이루는 산은 마치 거대한 사과를 반으로 쪼개놓은 형상이다. 쪼개진 가운데에 폭포가 흐르고 양 옆은 온통 바위 뿐이다. 쪼개진 위 껍질 부분에는 침엽수가 빙 둘러쳐져 있다. 이 모든 형상이 지표면의 융기에 의한 형상은 아닌 듯 한데, 그렇다면 정말 산을 반으로 잘라 놓은 걸까? 아니면 산사태라도 난걸까? 산사태라면  아랫 부분에 그 잔해라도 있어야 할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 상상이 안간다.



 

 

  폭포 바로옆 국도를 따라 10분쯤 왔을까? 도로변 간이 주차 공간에는 스파이럴 터널(Spiral Tunnel)에 기차가 들고나는 장면을 보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아마도 기차가 올때까지 모두 기다릴 심산인가 보다.


  다음은 안내문에 쓰여진 스파이럴 터널에 대한 설명. 1884년, 캐나다 횡단 철도를 건설할 때 이곳 록키 산맥을 통과하는 구간이 최대의 난코스로 Kicking Horse Pass라 했단다. 험한 산악길을 갈때 말이 뒷걸음질치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려 했다는데서 유래했단다. 이런 급경사의 난코스를 극복하기 위해 8자 모양의 나선형 터널을 생각해냈고, 터널내에서 아주 크고 둥글게 돌아나오도록 한 것이었다. 마치 우리나라 강원도 도계에서 급경사의 험한 산길을 통과하기 위해 완만하게 지그재그로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며 통과했던 소위 "스위치백" 방식과 유사한 것 같다. 다만, 도계에서는 지형적으로 좁기에 사선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했지만, 여기에서는 지형이 넓어 나선형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그 넓은 지형의, 그것도 터널의 길이가 무려 7Km라 하니 공사중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이 터널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자긍심도 충분히 알만하다.


  또다시 비가 내려 이 터널로 기차가 들고 나는 광경을 직접 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길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