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올레길 10코스

sohn08 2018. 10. 30. 06:15

 

오늘의 일정은 화순 금모래해변에서 산방산을 끼고도는 곶자왈과 사계해변을 거쳐, 송악산과 섯알오름을 타고 내리는 17.3키로의 코스로 아내의 친구 강승미씨도 동행하는 아주 특별한 코스다.


 화순 금모래 해변은 모래빛이 희고 검은 것이 섞여있어 특이한데, 옛날에는 거대한 모래 해변이었겠지만 지금은 해변 일대가 방파제와 포구로 바뀌어 옛모습은 간데 없고 먹고 살기 위한 삶의 현장으로 변해있다.


 길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용암의 흔적인 주슴길 곶자왈을 지나, 산방산을 한바퀴 빙 돌아가는 길은 산방산의 전체 모습을 조망하는 좋은 기회다. 매번 해안에서만 보던 앞면과 너무 다른 사면이 현저하다. 앞면이 용암에 의한 바위 덩어리라면 뒷면은 울창한 푸른 숲이고, 우측면이 활엽수와 넝쿨 식물로 덮여 있다면 좌측면은 흐르다 만 용암 킅을 칡넝쿨과 음지 식물이 덮고 있는 형상이다. 이렇게 다른 모습을 하나로 간직한 산이기에 그 영험함이 끝이 없어 다섯개나 되는 절을 품고 있는 듯하다. 산을 빠져나오는 길에 무언가 표지말이 있다. 옛 추사 김정희가 이 산방산의 힘찬 기운 때문에 장수했다는 설명이 이채롭다.


 

 사계 해변에서 본 형제섬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한 마대와 나무 못침

 사람과 동물의 발자국 화석을 보전하기 위한 보호구역


 산을 벗어나 해안길로 접어드니 유명한 사계해변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이라는 팻말이 자랑스레 서 있다. 손에 잡힐 듯 외롭게 떠있는 형제섬을 돌아 마라도 가는 뱃머리가 바쁘다. 평소에 두개이던 형제섬이 지금은 세형제다. 아름다운 사구를 보전하기 위해 깔아놓은 마대와, 모래의 멸실을 막기위해 쳐놓은 굵은 나무 못침 등, 주민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사계해변이 끝날 무렵 나타난 사람 발자국과, 사슴등의 동물 발자국 화석 산지를 보니 역시 이곳이 오래 전부터 살기 좋은 곳이었나 보다.


 송악산 아래 단애를 이룬 절경. 바닷물이 닿을 만한 곳에 여러개의 동굴 진지가 보인다.


  아름다운 송악산 해변과 섯알 오름을 지나는 동안은 일제의 돌굴 진지, 고사포 진지와 4.3 학살터 및 해병 모슬포 부대의 민간인 학살터 등 우리들의 비참하고 어두운 역사의 현장을 보아야 하는 것이 슬프다. 지금껏 보고 느끼며 즐기던 눈과 몸의 호강이 어느 순간 어지럽혀진다.


 

 옛 일제의 비행장 터를 갈아 만든 초지.

 모슬포 해안으로 떨어지려는 석양.


  빠른 걸음으로 슬픈 역사의 뒷전을 지나니 모슬포항이 가까와 지면서 넓고 푸른 초원과 들판이 펼쳐진다. 이 역시 옛 일제의 비행장 터를 갈아 만든 초지라 하니 또다시 가는 발길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감자며 고구마, 무우밭 등을 바삐 손질하는 아낙의 손길에서 위안을 받는다.


  이제 곧 바다에 닿을 듯한 석양을 보면서 밭두렁을 걷는 발길에 잠시나마 평화가 온다.